최근 공직 사회를 둘러싼 통념을 되짚게 하는 책 한 권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필명 ‘공노비’가 펴낸 에세이 ‘철밥통 일기: 생계형 공무원의 미화되지 않은 생존기’는 30년 공직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안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살아남았던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책은 흔히 접하는 성공담 중심의 회고록이나 숭고한 사명감을 강조한 지침서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IMF) 당시 다니던 의류회사의 부도를 계기로 공직에 들어섰다. 그는 공직 입문의 출발점이 거창한 소명이 아닌 오직 ‘생존’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9급 말단 서기보로 출발해 시장의 그림자인 수행비서를 거쳐 한 부서의 과장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지나온 30년의 시간은 화려한 성취라기보다 정글 같은 조직에서 다치지 않고 견뎌온 생존의 시간에 가깝다.
책은 공직 사회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현직 공무원들이 마주할 복합적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문서 요약본인 ‘요지(要旨)’ 대신 이쑤시개를 챙겨온 신입 직원의 해프닝, 시장 수행비서 시절 꽉 막힌 도로 위 차 안에서 겪어야 했던 처절한 생리적 한계의 사투 등 공문서에는 남지 못한 ‘행정의 여백’을 과장 없이 풀어냈다.
동시에 출산한 아내를 뒤로하고 사무실로 향해야 했던 젊은 날의 선택을 후회하며 훗날 교복 입은 딸 앞에서 눈물 흘렸던 가장의 고단함과 감정의 무게도 함께 비춘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공직은 제도로 남지만, 기억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기록이 이제 막 공직에 들어선 후배들에게는 현실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되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동료들에게는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담백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덧붙였다.
‘철밥통 일기’는 공직 사회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얼굴에 주목한 책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은 물론, 조직 속 생존과 관계의 의미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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