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책꽂이 ㊽] 신혜정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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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책꽂이 ㊽] 신혜정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

뉴스로드 2026-04-15 15:27:37 신고

 

시집 한 줄 평

 

시간 혹은 사람이라는 동굴에서 벗어나 잠시 화이트아웃을 경험하고 있다.”

 

 

시 한 편

 

<맨스플레인> - 신혜정

 

 

당신은 설명을 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

이라고 했다

 

당신은 오해라고 했고 나는

가스라이팅이라 불렀다

 

정작 진실은 정물화처럼

고정된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

평생이 흘렀다 나는

 

그것을 아주 작은 우주의 파편

관측 사상 최초, 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었다

 

시간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설명할 곳이 필요했다

 

 

시평

이 시의 화자인 는 진실을 깨닫는 데/ 평생이 흘렀다라고 고백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평생이라 하지만, 일반적으로 평생 앞에 현재의 나이를 붙여 기간을 한정하면서 세월의 무게를 더한다. 내가 현재의 자리에서 깨달은 것은 진실은 고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의 기저에는 소통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소통의 문제만은 아니다. 당신과 나의 단절 그 너머에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적 지배가 존재한다. “당신은 설명한 것뿐인데 내가 수용한 것이고, 이에 항의하자 당신은 내가 오해한 것뿐이라며 내 탓으로 돌린다.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무시나 불쾌감의 원인을 나의 예민함이나 오해로 치부한다. 당신을 의심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당신은 상황을 축소하고 왜곡해 나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든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당신은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과 기억, 현실감에 혼란을 줘서 내가 당신에게 의존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내 자존감은 바닥에 이르고, 관계가 파탄의 지경에 이르고서야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객관성을 상실한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전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머리를 자르고 들어와 잘난 척한,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한 당신의 잘못이다. 제목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성이 여성에게 잘난 체하며 설명하는 걸 의미한다. 이 용어에는 남성의 우월의식뿐 아니라 과잉 확신과 무지가 배어있다. 이제야 당신이라는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관측한다. 그것은 타자에 의해 규정된 세계가 아닌 스스로 발견한 아주 작은 우주의 파편같은 진실의 세계이면서 최초, 라는첫걸음이다. 당신이라는 종속에서 벗어나 이제부터 내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다. 내 삶은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오해할 이유도 없다. 나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독립적 인격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관측자도, 개척자도, 책임자도 결국 나 자신이다. (김정수 시인)

 

김정수 시인은

1990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과의 잠』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과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냈다. 경희문학상과 사이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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