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그의 저서 <미각의 생리학>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썼다. 이 문장은 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미식의 세계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찰로 남아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는 곧 그 사람의 취향, 취미, 좋아하는 문화, 교양, 욕망 등이 얽힌 일종의 초상이다. 좋은 식당의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식에 얼마나 진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의외로 까다롭다. 그 못지않게 미식을 향한 열정에서 얼마만큼이 허영인지 답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토르스타인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부의 소비가 단순한 효용을 넘어 사회적 평판과 허영의 기능을 띠는 현상을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 명명했는데, 미식에도 실용적 요소와 과시적 요소가 공존한다. 미쉐린 별의 개수, 혹은 예약의 난도 같은 희소가치를 증폭시켜주는 다양한 장치는 현대의 미식이 순수한 쾌락적 동기뿐 아니라 사회적, 혹은 상징적 가치에 의해 추동된다는 베블런의 통찰이 유효함을 증명한다. 취향이란 순수하게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속하고 싶은지를 구분 짓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미식에 대한 진심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미식에 대한 진심을 계량화하는 진정성 지수를 파악하려면 우선 한 달에 파인다이닝과 같이 오로지 음식을 ‘즐기기’ 위한 외식을 몇 번 하는지 확인한다. 예약이 어려운 식당이나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과 같은 지표를 더하면 더 정확한 평가가 될 것이다. 이것은 미식에 얼마나 시간과 열정을 쏟는지에 대한 관심의 강도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수익 대비 외식비 비율과 전체 지출 대비 외식비 비율을 확인한다. 이는 빈도보다 좀 더 내밀한 의미를 갖는데, 수익 대비 비율이 내가 가진 것 중 얼마를 소비하는가를 알려준다면, 지출 대비 비율은 미식이 생활 구조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항목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비금전적인 몰입 정도인데, 이를테면 방문 전 셰프의 프로필과 메뉴, 식당의 철학을 조사하는지, 식사한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는지, 식사 후 음식의 완성도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같은 요소들이다.
이 네 가지 수치를 합쳐 미식에 대한 진심을 어느 정도 계량할 수 있다. 이 모든 지표를 합쳐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보자. 이름하여 GSI(Gastronomic Sincerity Index).
GSI = 0.30(빈도) + 0.25(월 외식비/월 총수익*10) + 0.25(월 외식비/월 총지출*10) + 0.20(비금전적 몰입 점수)
위 수치는 한 달 기준으로 계산하고 비금전적 몰입 점수는 1점에서 5점 사이로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GSI에 따라 미식의 진심은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3점 미만은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지만 아직 삶의 우선순위까지는 내어주지 않은 ‘관심형’, 3점 이상 6점 미만은 외식을 분명한 취향과 즐거움의 일부로 삼는 ‘애호형’, 6점 이상 8점 미만은 시간과 비용, 해석의 에너지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몰입형’, 그리고 8점 이상은 미식이 취미를 넘어 생활양식과 정체성의 일부가 된 ‘헌신형’이다. 6점 이상부터 미식은 더 이상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시간, 돈, 정신적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상태인데, 예약이 어려운 식당을 위해 스케줄을 조절하고, 식사 경험을 공유하고 해석하는 능력까지 갖춘다. 8점 이상의 경우 미식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재배열하는 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음식을 통해 세계를 마주하는 단계이다. 흥미로운 것은 점수가 높아질수록 진심이 깊어진다는 사실만큼이나, 그 안에 허영의 그림자 역시 짙어진다는 점이다. 진심과 허영이 치열하게 섞이고 음식 자체를 향한 사랑과, 그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서로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GSI가 “얼마나 진심인가”를 본다면, 허영지수(VI, Vanity Index)는 “그 열정 가운데 얼마나 과시와 욕망이 섞여 있는가”를 가늠하는 지표다. 허영지수는 음식 자체보다도 그 음식을 소비하는 나의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허영지수는 세 가지 요소로 평가한다. 첫 번째는 SNS 게시 빈도인데, 식사 경험을 얼마나 자주 피드나 스토리로 공유하는가를 파악한다. 이는 식사의 핵심이 경험 자체보다 업로드와 공유에 얼마나 맞춰져 있는지 인증편향도를 측정한다. 두 번째는 희소성 집착도인데, 전체 외식 중에서, 예약 난도가 높거나 미쉐린 스타를 받았거나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본다. 이는 음식의 맛이나 철학보다 예약 난도 자체에 집착하거나, 식당 명성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 정도를 평가한다. 세 번째는 음식 맛보다 식당 방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서 스스로 취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지 못하는 정도에 대한 지표인데, 이 항목은 주관적으로 1점에서 10점 사이 점수를 메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합쳐 허영지수 공식을 만들어보자.
VI = 0.35[(게시한 외식 횟수 / 전체 외식 횟수) × 10] + 0.40[(희소 식당 방문 횟수 / 전체 외식 횟수) × 10] + 0.25(상징 민감도 점수)
VI에 따라 미식의 허영 역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3점 미만은 음식을 조용히 즐기고 스스로의 취향으로 판단하는 ‘비과시형’, 3점 이상 5점 미만은 맛과 더불어 분위기를 소비하는 ‘연출형’, 5점 이상 8점 미만은 식사의 만족과 더불어 방문의 상징성에 큰 의미를 두는 ‘과시형’, 그리고 8점 이상은 음식 그 자체보다 그 음식을 경험한 자기 자신의 이미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징추구형’이다. 허영지수가 높아질수록 미식 자체의 기쁨은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허영지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미식의 진정성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음식에 진심이면서 동시에 그 진심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문제는 허영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음식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미지 생산의 재료가 되는가에 있다.
그렇다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GSI와 VI를 교차해서 볼 때 드러난다. GSI가 미식에 대한 진심의 정도를, VI가 그 진심에 섞인 과시와 상징 욕망의 농도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주변의 미식가들을 하나의 좌표 평면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같은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여도, 어떤 이는 음식 자체를 향해 나아가고, 어떤 이는 그 음식을 경험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향해 나아간다. 미식의 세계가 단순히 ‘좋은 식당을 많이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로축에 GSI를, 세로축에 VI를 놓으면 네 가지 유형이 나타난다. 먼저 GSI는 낮고 VI도 낮은 유형은 ‘담백한 생활형’이라 부를 수 있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삶의 중심은 아니며, 동시에 그것을 굳이 전시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좋은 식당에 가면 기쁘고 만족하지만 방문 사실을 사회적 표지로 삼지 않는다. 반대로 GSI는 낮지만 VI는 높은 유형은 ‘유행 편승형’이다. 이들은 미식 자체에 깊이 몰입해 있지는 않지만, 지금 가장 화제가 되는 식당, 남들이 가기 어려운 곳, 이름값이 높은 장소에는 민감하다. 식사의 깊이보다 방문의 상징성이 더 중요하게 작동하며, 자신의 미각보다는 외부의 평판이나 유행의 흐름을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식당은 감각의 장소이기보다 일종의 문화적 표지판이다. 한편 GSI는 높고 VI는 낮은 유형은 가장 이상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미식가’에 가깝다. 이들은 시간과 돈, 해석의 에너지를 실제 음식 경험에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그 열정의 방향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취향을 향해 있다. 유명한 식당도 가지만, 덜 알려졌으나 훌륭한 곳도 기꺼이 사랑할 수 있고, 미쉐린의 별이나 예약의 난도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식사의 완성도와 자기 취향과의 합치 여부라고 믿는다.
그리고 가장 복합적이고, 어쩌면 오늘날 가장 많이 관찰되는 유형은 GSI와 VI가 모두 높은 경우, 즉 ‘과시적 미식가’다. 이들은 분명 음식에 진심이다. 실제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메뉴와 셰프, 공간의 맥락까지 공부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식당을 찾아다닌다. 그러는 동시에 그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도 능숙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과 그 음식을 먹는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움직인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음식인가, 아니면 그 음식을 사랑하는 나 자신의 모습인가.
우리는 미식을 순수한 기쁨의 영역으로 간주하지만, 실제 식사 안에는 취향과 욕망, 경제적 여유와 시간의 우선순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까지 함께 담겨 있다. 물론 어떤 지수도 인간의 욕망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조용히 식당을 찾아다니며 누구보다 깊이 미식을 사랑하고, 또 누군가는 화려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면서도 그 안에 진짜 열정을 품고 있을 수 있다. 진심과 허영은 언제나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둘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한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를 판정하는 일이 아니라, 나의 취향을 하나씩 정의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식이란 비싼 식당이나 어려운 예약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취향을 알고, 자기 감각으로 기쁨을 판별하며, 음식 앞에서 정직한 이야말로 진정한 미식가가 아닐까.
writer Byun Jeik(미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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