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큐비트 불안정성과 오류 문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으로,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차세대 컴퓨팅 패권 경쟁의 핵심인 양자 시장까지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 등에 따르면,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양자 컴퓨팅을 실용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징을 통해 AI는 양자 기계의 운영체제(OS)가 돼 불안정한 큐비트를 확장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양자-GPU 시스템으로 전환한다”고 소개했다.
양자 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는 기존 반도체 비트처럼 ‘0’ 또는 ‘1’ 하나의 상태만 갖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 특성에 따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연산 성능이 가능하지만, 외부 진동·열·전자기 간섭에 극도로 민감해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엔비디아가 내놓은 이징은 이 문제를 AI로 풀겠다는 접근이다.
큐비트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보정·정정해, 큐비트 수가 늘어나도 대규모 연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구조다. 제품명은 복잡한 물리 현상을 단순한 수학 모델로 설명하는 ‘이징 모형’에서 따왔다.
이번 제품군은 크게 두 가지 핵심 기능으로 구성된다.
먼저 ‘양자 프로세서 보정’(calibration) 모델은 양자 칩 측정 데이터를 자동으로 해석하고 조정해, 기존에 며칠 씩 걸리던 작업을 수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또 다른 축은 ‘양자 오류 정정’(error correction) 모델로, 엔비디아에 따르면 기존 표준 방식 대비 2.5배 빠른 속도와 3배 높은 정확도로 실시간 오류 수정이 가능하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두 난제를 동시에 겨냥한 셈이다.
이미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 현장에도 일부 도입됐다.
보정 모델은 아톰 컴퓨팅, 아이온큐,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학, 영국 국립물리연구소 등에서 활용 중이다. 오류 정정 모델은 코넬대, 시카고대, 남캘리포니아대, 연세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연세대가 포함된 점은 국내 대학·연구기관도 양자 오류 정정 분야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기업’에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GPU가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였다면, 향후 양자 컴퓨터 역시 GPU와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 CEO는 과거 양자 산업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2024년 초 CES에서 “쓸 만한 양자 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관련 기업 주가가 하루 만에 최대 40%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양자 기업들이 상장된 줄 몰랐다”며 사과했고, “기술 성숙 관점에서 2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Copyright ⓒ 투데이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