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75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기저 질환으로 인한 수술 부작용이나 전신마취의 부담, 그리고 긴 회복 기간에 따른 신체적 고립을 우려해 극심한 통증을 참고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의료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인공관절 수술 전 단계에서 시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가 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인 ‘SVF(Stromal Vascular Fraction)’ 주사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SVF 치료는 환자의 둔부 등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 군집을 활용한다. 여기에는 중간엽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면역세포, 혈관세포, 성장인자가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어 관절 내 염증을 완화하고 조직 재생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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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이 국제학술지 ‘Medicina’에 투고한 연구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 266명(357개 무릎 관절)을 대상으로 SVF 주사 치료 후 최소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 연구 대상자들은 관절염의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K-L grade(Kellgren-Lawrence grade) II단계에서 IV단계까지 폭넓게 분포되어 있어,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치료 효과를 정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환자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통증 수치인 VAS(Visual Analogue Scale) 점수의 개선이다. 치료 전 평균 6.5점(10점 만점,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에 달했던 환자들의 통증 점수는 SVF 주사 시술 후 12개월 시점에서 3.1점으로 약 3.4점가량 크게 감소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치(p < 0.01)로, SVF 치료가 무릎 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극심한 통증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발견 중 하나는 SVF 치료 효과가 환자의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술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연령대별로 최종 VAS 점수를 분석한 결과, 50세 미만 환자군(2.7점)부터 80세 이상 고령 환자군(3.8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 = 0.088). Spearman 상관분석 결과에서도 연령과 통증 개선 정도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흔히 고령일수록 세포의 재생 능력이 떨어져 치료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는 결과다.
즉, 신체 노화와 관계없이 자가 지방 조직 내에 포함된 줄기세포와 다양한 성장인자들은 여전히 충분한 항염증 및 조직 재생 유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SVF 치료의 또 다른 강점은 단순한 진통 효과를 넘어선 ‘질환 진행 억제’ 접근에 있다. 기존의 스테로이드 주사나 단순 진통제 처방은 염증을 일시적으로 누르는 임시방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SVF 주사치료는 강력한 항염 작용과 더불어 미세혈관 및 염증 반응을 직접 조절하여 관절 내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재생의학적 접근법이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고령 환자들은 통증 감소를 통한 활동성 유지는 물론, 보행 능력과 일상생활 기능을 회복하며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수년 이상 늦추는 ‘지연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고용곤 병원장은 “이번 분석은 SVF 치료 후 환자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통증 변화를 입증한 의미 있는 자료”라며 “나이가 들어도 자가 세포의 치료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고령 환자들이 수술 부담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재생의학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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