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 미용 목적 사용 문제 최대 쟁점…법적 규제 시급 한목소리
최근 사체 유래 인체조직이 고가의 미용 주사제로 활용되며 유통되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규제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규제 공백이 이어지면서 기증자와 유가족의 의사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환자 안전 문제는 물론 국내 인체 기증 제도의 신뢰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1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기증 인체조직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합리적 규제 방안’을 주제로 제15차 K-바이오헬스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건강소비자연대가 주관했으며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대한인터넷신문협회가 공동 후원했다.
포럼에서는 사체 유래 인체조직(ECM 스킨부스터 등)의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윤리적·법적 쟁점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서영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인체조직의 유통과 가공, 사용 전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라며 “이번 포럼이 공공성·윤리성·안전성을 균형 있게 반영한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조직은 기증자의 숭고한 나눔과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공 자산”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소비자연대 임상규 회장은 환영사에서 “보건의료 분야에서 윤리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가치며 인체조직 역시 기증자와 유족의 숭고한 뜻이 담긴 공공적 자산인 만큼 활용 과정 전반에서 윤리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리적 기반이 흔들리면 보건의료의 가치와 신뢰 역시 훼손될 수 있다”며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자리에는 법조계, 의료계, 학계, 정부 부처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제도의 사각지대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화우바이오헬스센터 권동주 변호사는 “사체에서 채취한 피부 진피 조직을 분쇄해 피부에 주입하는 회당 60만원 상당의 미용 시술이 행해지고 있다”며 “이는 사람의 생리적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인체조직법의 기본이념과 비영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사용 목적과 투여 방법이 의료기기와 동일한데도 정식 임상시험이나 4등급 의료기기 허가 없이 유통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규제 지연이자 법의 공백”이라고 지적하며 “미용 목적의 인체조직 사용을 명확히 금지하고 유통·사용 전반에 대한 실효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과 기증 제도 자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국민 조사에서도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이동한 교수는 ‘인체조직의 미용목적 사용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70.6%가 미용 목적 사용 시 ‘기증자나 유족의 사전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60.9%는 ‘법적 금지나 강력한 제한’에 찬성하며 상업적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동한 교수는 “윤리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인체조직의 상업화는 입법을 통해 제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은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정은주 겸임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 건강소비자연대 김영선 부총재, 한국뷰티헬시에이징국제교류회 이유리 회장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희선 과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 임상우 팀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조차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는데 체내에 직접 주입되는 인체조직 제품의 임상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엄격한 연구기준과 평가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해당 조직의 기증 경로와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의료현장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의료인과 환자에게 충분히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인체조직을 활용한 제품에 대해 신약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민 건강 보호와 윤리적 기준을 함께 고려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산업 시각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다.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 김영선 약사는 “기증된 시신으로 미용 제품을 만드는 행위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비윤리적 상술”이라고 꼬집으며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명확한 규제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해당 제품의 사용은 신중히 제한돼야 하며 보다 엄격한 제도적 관리와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뷰티헬시에이징국제교류회 이유리 회장은 “미용의료 산업이 SNS 등으로 글로벌에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인 만큼 개별 시술사례는 산업 전체와 국가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리체계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체 유래 성분에 대한 명확한 고지 의무화, 시술 책임 구조 정비, 제품 분류 기준 확립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속도가 아닌 기준과 신뢰 중심으로 산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정부 부처 측에서는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희선 과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 임상우 팀장이 참석해 향후 관리 감독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