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봄이 절정에 달할 때 찾아야 할 곳이 있다. 전남 화순군이다. 17~26일 열흘간 화순읍 꽃강길과 남산공원 일원에서 '2026 화순 봄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봄꽃야행(夜行)'. 이름 그대로 낮의 화사한 꽃길에 머물지 않고 밤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화순군이 내놨다.
화순 꽃강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하천을 따라 2.1km 남짓 이어지는 이 길이 얼마나 화사한지. 화순 봄꽃 축제는 안 그래도 예쁜 이 꽃강길을 벽라교부터 삼천교까지 약 6ha(약 1만8150평) 규모의 대형 꽃 단지로 탈바꿈시킨다. 유채꽃 500만 주가 한꺼번에 피어오르는 광경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두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노란 물결이 하천 양쪽을 가득 메운 풍경, 화순의 봄이 이렇게 넓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꽃강길 전 구간은 5개의 테마 정원으로 나뉜다. 웰컴가든, 플로라가든, 봄꽃정원, 생태정원, 어린이정원. 각각 콘셉트가 다르다. 유럽식 기하학 정원부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동화형 공간까지, 구역마다 분위기가 달라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다양한 경험이 쌓인다.
2026 화순 봄꽃 축제의 진짜 핵심은 밤이다. 해가 지면 꽃강길의 표정이 완전히 바뀐다. LED 꽃 바람개비가 불을 밝히고, 조명 속에 잠긴 꽃 단지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남산공원에서는 공원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경관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야간 조명과 어우러진 꽃밭 산책, 공연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봄밤. 화순이 준비한 '봄꽃야행'이 단순한 야간 개장이 아닌 이유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축제 운영 시간은 오후 3~9시다. 뙤약볕 아래 꽃을 보러 나설 필요가 없다. 선선한 오후에 출발해 밤까지 머무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것이 화순군이 이번 2026 화순 봄꽃 축제를 통해 노리는 '체류형 관광'의 실체다.
개막식은 17일 화순 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식전 공연에 이어 공식 행사와 개막 세리머니가 진행되고, 공정식 가요제가 화순의 봄밤 시작을 알린다. 김용임, 미스김, 김재롱, 신승태, 윤윤서, 배진아, 임금님, 현진우, 나팔박과 나팔수들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인 봄밤 콘서트가 이어진다. 4월 18일에는 별과 이석훈, 19일에는 서도밴드와 거미가 출연한다. 발라드와 밴드 사운드, R&B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이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공연은 대형 무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니움 회랑 잔디광장에서는 평일 3회, 주말 7회 소규모 공연이 펼쳐진다. 버스킹, 마술, 버블쇼까지 총 43회. 꽃밭 사이사이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공연들이 축제의 밀도를 높인다.
먹거리도 놓칠 수 없다. 향토음식 중심의 베짱이포차, 푸드트럭, 농특산물 판매장터가 운영된다. 화순의 시그니처 푸드인 탄광 아이스크림과 연탄재 아이스크림, 국화빵은 화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이다. 탄광의 역사를 담아낸 이 이름들은 처음엔 낯설지만, 한 입 먹으면 화순이 기억된다. 고인돌전통시장에서는 축제 기간 내내 야시장이 문을 열어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지역 상권과 연계한 이 야시장은 축제장 밖에서도 화순의 밤을 풍성하게 만드는 장치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꽃모양 컵받침 만들기, 꽃 향수 제조 체험, 봄꽃 캐리커처, 봄꽃 핸드폰 줄 만들기, 꽃 비누 제작, 도자기 핸드페인팅까지. 손을 움직이며 화순의 봄을 기념품으로 직접 만드는 시간이다. 축제장 곳곳에 피크닉존도 마련돼 돗자리 하나 펼치고 꽃밭을 바라보며 쉬는 것도 가능하다. 유모차와 휠체어 대여, 수유실 운영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춰진다.
움직이는 공룡 전시와 LED 꽃 조형물 등 이색 콘텐츠는 아이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다육이·야생화 전시를 비롯한 식물 전시 공간도 꽃강길 곳곳에 배치된다. 사진을 찍을 포인트가 구역마다 등장하니, 카메라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축제만 달랑 보고 떠나면 후회한다. 화순은 전남에서도 관광 자원이 특히 풍부한 고장이다. 축제장 인근만 벗어나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명소가 즐비하다.
화순적벽은 화순 11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동복천을 따라 깎아지른 붉은 절벽이 이어지는 풍경은 한국의 어느 자연 경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중국 후저우의 적벽과 닮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적벽 투어는 사전 예약을 통해 진행되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운주사는 전남을 대표하는 사찰이자 수수께끼의 공간이다. 천불천탑이라 불리는 이 사찰에는 수백 구의 석불과 석탑이 경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누가, 어떻게, 왜 이 많은 불상과 탑을 세웠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길을 걷다 돌부처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은 운주사에서만 가능하다. 도선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우려 했다는 전설 속 와불은 여전히 화순 땅에 누워 있다.
지난해 '화순 봄꽃 축제'. / 화순군 제공
화순고인돌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고창, 강화와 함께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군락지다. 효산리와 대신리 일대에 수백 기의 고인돌이 분포해 있으며, 영국의 스톤헨지나 이스터섬의 모아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사시대 유산이다. 화순이 단순한 지방 소도시가 아닌 이유다.
세량지도 빼놓기 아깝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명소에 이름을 올린 저수지로, 주변 나무들이 물 위에 비치는 풍경이 압도적이다. 봄철에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 풍경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다. 화순의 봄은 꽃강길에서 시작해 세량지에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주사 / 사진 = 화순군
화순군이 올봄 내놓은 2026 화순 봄꽃 축제는 꽃 축제의 문법을 조금 다르게 쓴다. 낮의 꽃밭에 밤의 조명을 더하고, 공연과 먹거리와 지역 상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 화순에서 봄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적벽과 운주사와 세량지가 남은 시간을 채워줄 것이다. 이번 봄, 화순으로 향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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