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요괴가 판을 치는 바깥세상과 달리 지네신의 보호 아래 평화롭고 풍요로운 함지골. 다리에 흠이 있다는 이유로 일찍이 마을의 제물 후보에서 탈락한 숨이는 언니 설이와 달리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지낸다. 숨이는 참을 수 없는 설움에 언제라도 요괴가 나타났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 추수를 앞두고 마을 논밭이 영문도 모르게 검게 변해 버린다. 한동안 잠잠하던 요괴의 등장에 올해의 제물인 설이는 당장 보름밤에 지네신에게 가야만 한다. 생각지 못한 현실을 맞닥뜨린 숨이는 그간 당연하게만 여겨 온 제물을 두고 난생처음으로 마을의 부조리를 깨닫는다.
함지골에 오래도록 뿌리박힌 생각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숨이의 친구 연두와 문수는 제물이 되는 건 ‘영광스럽고 신성한’ 일이라는 확신으로 이 순리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숨겨진 아이들' 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가족이나 자신이 아닌 소수의 희생으로 일생을 지탱해 온 마을 사람이라면, 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앞선 제물의 희생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내심 안심하지는 않을까? 황지영 작가는 어려서 ‘두꺼비의 보은’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 그는 당시 마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졌음을 고백하며, 다수의 평화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저질러 온 함지골의 민낯을 드러내 보였다.
작품 속 함지골은 오늘날 사회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먼 타국에서 이어지는 전쟁을 두고 우리나라의 일이 아니라 다행으로 여기거나 이주민 밀집 지역의 학교, 장애인 학교의 설립을 두고 반대 시위를 여는 등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명목으로 사회 안에서 약자를 지워 버리는 일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숨겨진 아이들'의 모티프는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설화일 테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은혜를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기존의 메시지가 아닌, 지금 내가 누리는 평안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약자의 고통을 깨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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