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여당서 사회적 논의 요구…극우당도 맞장구
메르츠 총리는 메르켈 탓하며 "돌이킬 수 없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치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집권 여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옌스 슈판 원내대표는 15일(현지시간) 당내 혁신회의를 마치고 "90억유로에서 100억유로(15조7천억∼17조4천억원)를 들이면 최근 몇 년 사이 중단한 원전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가동에 드는 비용이 신규 원전 건설에 들이는 300억∼500억유로(52조2천억∼87조원)보다 훨씬 적다면서 "어쨌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도보수 CDU·CSU 연합이 대체로 원전에 긍정적이긴 하지만 이런 주장은 연방정부 공식 입장과 거리가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과거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잘못됐다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탓하면서 비용 등 문제 때문에 "그 결정을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을 선언했다. 2023년 4월 마지막 원전 3기 가동을 중단해 탈원전을 마쳤다. 그러나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반복되면서 탈원전 결정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르켈 정부에서 10년 넘게 장관을 지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저탄소 배출 전력원을 외면한 건 전략적 실수"라고 말했다.
독일 정가에서는 원전 재가동에 찬반이 팽팽하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최근 자신이 주총리로 있는 바이에른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시범 운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원전 재가동 안건을 여러 차례 연방의회에 올렸다. 과거 원전에서 20년 넘게 운영물리학자로 근무한 AfD 파울 슈미트 의원은 아직 해체되지 않은 원전에 1기당 10억∼30억유로(1조7천억∼5조2천억원)를 투입하면 3년 안에 재가동할 수 있다며 슈판 원내대표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반면 CDU·CSU 연합의 연정 파트너 사회민주당(SPD)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디르크 비제 SPD 원내사무총장은 "같은 논쟁을 반복하는 건 쓸모가 없다. 원자력은 가장 비싸고 가장 위험한 에너지"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원전 유턴 쪽에 다소 기울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시베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59%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전략적 실수' 발언이 옳다고 답했다. 60%는 SMR 같은 새 원전 기술을 도입하는 데 찬성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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