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16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무력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가 다른 권역보다 민감하게 영향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장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역 경제 현황 설명회에서 "중동 분쟁 상황 속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아시아 경제권은 이러한 에너지 가격 변동에 크게 취약한 편"이라고 밝혔다.
IMF 측은 아태 경제권이 이번 분쟁의 여파에 더 민감한 배경으로 높은 에너지 소비 비중과 수입 의존 구조를 꼽았으며, 화학비료 등 핵심 석유화학 물자의 공급 교란에도 취약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이 권역의 석유·가스 소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는데, 이는 유럽 수준의 거의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태 권역 내에서도 국가 간 차이가 상당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해당 비율이 10%를 초과하는 반면, 뉴질랜드와 호주는 약 2% 수준에 머문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아울러 "국내 에너지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높은 에너지 의존도가 곧 수입 의존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라며 역내 석유·가스 수입 규모가 GDP의 2.5%에 이르고, 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8%까지 치솟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 지역은 에너지 외 원자재 측면에서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으며, 황과 헬륨 같은 비료·석유화학 원료의 공급 차질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더 넓은 범위의 공급망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에너지 파장으로 아태 지역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5.0%에서 금년 4.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상승률은 작년 1.4%에서 올해 2.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에너지 충격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개별 국가의 거시경제 조건에 따라 상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마스 헬빙 IMF 아태 부국장은 한국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충격 완화를 위한 매우 능동적인 조치들을 시행해왔다"며 "한국은 상당 수준의 에너지 비축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이 견고한 거시경제 기반 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전반과 동일하게 에너지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구조"라는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IMF가 지난 14일 공개한 한국의 금년 성장률 예측치는 1.9%, 내년은 2.1%로 올 1월 전망과 변동이 없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관세 갈등에 따른 관세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으나, 에너지 충격으로 성장 추진력이 약화됐다며 "제조·수출 부문은 견조하지만 내수 시장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경제 구조의 균형 조정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IMF는 중국의 금년 성장률을 4.4%, 내년을 4.0%로 예측한 바 있다. 올해 수치는 1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낮춰졌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충격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IMF의 기본 시나리오는 금번 에너지 충격이 상반기 내에 대체로 진정된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이번 공급 측면의 충격에 대응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우리 기준 전망에서는 이번 충격이 한정된 시간 동안만 지속된다고 보기 때문에 각국은 일시적으로 상황을 관망할 여력이 있다"며 "통화정책 측면에서 대다수 국가는 성급하게 추가 긴축에 나서기보다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면적인 연료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조치, 포괄적 가격 통제는 단기적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대가가 따른다"는 IMF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런 정책들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대개 역진적 성격을 띠며, 철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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